1. 자녀을 과잉보호하는 엄마와 갈등을 빚는 딸의 이야기
영화 메이의 새빨간 비밀은 루카와 마찬가지로 극장 개봉하지 않고, 2022년 3월 11일에 디즈니 플러스로 단독 공개된 영화입니다. 픽사 작품 중에서 소울(2010), 루카(2021)에 이어서 디즈니 플러스에서 첫 공개된 세 번째 애니메이션 영화가 되었습니다.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장편 애니메이션이며 감독은 도미 시입니다. 도미 시 감독은 2018년에 바오라는 단편영화를 연출했습니다. 바오는 만두를 통해 깨닫게 되는 엄마와 아들 사이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바오는 아들을 너무 소중하게 생각한 엄마가 그 아들을 너무 과잉보호해서 겪는 큰 갈등을 다룬 영화로, 이 작품으로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 단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메이의 새빨간 비밀은 도미 시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며 바오와 비슷하게 메이의 새빨간 비밀도 딸을 과잉보호하는 엄마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영화 속에 나오는 부모님이 자녀를 과잉보호하고, 예의범절을 중요하게 여기는 모습은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도미 시 감독은 1989년 중국에서 태어나서 두 살 때 캐나다로 이민을 왔기 때문에 영화에는 아시아, 중국과 관련된 배경이 많이 나옵니다. 주인공 메이 목소리역을 맡은 배우 로잘리 치앙은 대만과 싱가포르 부모님에게서 태어났고, 엄마 밍리 목소리역을 맡은 배우 산드라 오는 한국계 캐나다인 배우입니다. 이 영화는 아시아 계통의 감독, 배우들이 대거 참여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감정적으로 흥분하면 레서판다로 변하는 사춘기 소녀 메이
메이의 새빨간 비밀은 2002년을 배경으로 캐나다 토론토에 살고있는 중국계 캐나다인 13살 메이린 리(메이)라는 여자아이가 주인공입니다. 이 영화는 메이의 가족사진이 나오며 흥미롭게 시작합니다. 가족사진 소개를 들으면 메이 가족의 가훈을 알 수 있는데, 바로 부모를 공경하라입니다. 메이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은 우리를 낳아주신 하늘 같은 분들이며,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듣는 것이 은혜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살고 있었습니다. 메이는 학교에서 학업성적도 뛰어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 진취적으로 노력하는 범생이 학생입니다. 학교에서는 미리엄, 프리아, 에비라는 3명의 친구들과 가장 친하게 지냅니다. 친구들과 포타운이라는 보이 밴드를 좋아하며 길에서 함께 즐겁게 춤도 추고, 모든 것을 공유하는 사이좋은 관계입니다. 메이는 대부분 하교 후에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지 않고, 곧장 집으로 와서 집의 일을 성실하게 도와주고는 합니다. 메이의 집안은 리씨 사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은 토론토에서 제일 오래된 사원입니다. 이 사원은 신 대신 선 이라는 레서판다 수호신인 조상을 모시는 곳입니다. 그곳에서 메이는 보조사원 관리인이라는 직책을 맡고 사원관리, 청소, 관광객 투어 등을 도와드리고 있었습니다. 메이는 아직 13살 밖에 되지 않았지만 스스로를 어른이라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주체적으로 살긴 했지만, 그녀 멋대로 살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희생하며 부모님을 도와드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은 부모님에 대한 공경도 중요하지만 그게 지나치면 자기 자신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고 매우 걱정했습니다. 그런 메이에게도 비슷한 나이대의 여느 여자 아이들처럼 사춘기가 찾아오고 있었습니다. 메이는 보이 밴드도 좋아하고, 남자에 대한 호기심도 계속 생겨났습니다. 메이는 친구들이 모두 다 좋아하는 데번이라는 남자아이를 상상하며 공책에 그의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방에 들어온 엄마가 그 공책을 발견했고, 엄마는 데번을 찾아가 순진한 내 딸을 꼬셨냐며 매우 화를 냈습니다. 그리고 메이에게 그 변태가 다신 너에게 접근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남자의 그림을 그렸다는 죄책감과 수치심, 분노로 가득 찬 채로 잠들었던 메이는 일어나 보니 갑자기 레서판다로 변해있었습니다. 붉은 털로 뒤덮인 커다란 레서판다의 등장에 놀란 메이는 어머니로부터 대대로 내려오는 큰 비밀을 듣게 됩니다. 메이의 조상님 중에 선 이라는 조상은 전쟁 중에 자신과 딸들을 지켜내기 위해 판다가 되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간청을 했습니다. 결국 레서판다가 된 조상은 도적을 물리치고 가족을 지켜냈습니다. 그 후 그녀는 성년이 된 자신의 딸들에게 대대로 그 능력을 물려줬습니다. 그녀의 후손들은 레서판다로 변하는 특별한 능력을 물려받았으며 그 능력이 결국 메이에게도 온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메이는 기쁨, 슬픔, 분노 등 감정적으로 흥분하게 되면 아주 큰 레서판다로 변하게 된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사춘기 소녀 메이는 스스로에 대한 이해, 친구들과의 관계, 엄마와의 관계에 대한 다양한 감정들을 겪게 됩니다.
3. 사춘기 청소년들이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흥미로운 과정
영화 메이의 새빨간 비밀은 흥분하면 큰 레서판다로 변하는 사춘기 소녀 메이의 특별한 비밀이야기입니다. 메이는 부모님에 대한 공경이 남다르고, 자신은 엄마의 자랑이자 큰 기쁨이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자신은 13살이 되었으니 어른스럽게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부모님께 불만을 표현하지 못하고 억누르며 살고 있었습니다. 영화에서 레서판다로 변한 메이가 학교에 갈 때마다 걱정된 엄마는 학교 밖에서 몰래 감시를 하게 되었습니다. 메이는 자신을 과잉보호하는 엄마에 대한 불만이 점차 커져가며 이전과는 다르게 반항심이 점점 커져갑니다. 영화는 아시아 문화에서 익숙한 효도, 부모의 집착, 자식이 받는 중압감 등에 대한 내용을 다뤄서 공감되는 부분이 아주 많았습니다. 부모와 자식간의 어두운 이면은 메이와 엄마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메이엄마와 그 엄마(메이의 외할머니)의 관계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자식을 과잉보호하는 부모, 부모에게 반항하는 자녀 둘 다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에서는 이런 갈등을 통해 부모와 자녀의 관계, 자녀의 성장 과정을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춘기를 겪으며 자신에게 일어나는 신체적, 심리적 변화와 스스로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과정을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게 표현했다고 봅니다. 영화에서는 감정의 폭발로 레서판다로 변하는 설정이 있었지만 사실 사춘기를 겪는 모든 청소년들에 대한 모습과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몸에 변화가 생기고, 감정이 격해지고,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는 등 그들은 두렵고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냅니다. 그런 혼란스러운 시기를 레서판다라는 귀여운 소재로 표현한 점이 아주 좋았습니다. 사춘기는 지나고 보면 사실 별것 아니니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보내보자라는 중요한 주제를 담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