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붉은 파마머리의 메리다와 숨 막히는 어머니의 감시
붉은 파마머리의 어여쁜 메리다는 중세 스코틀랜드 연합인 던브로크 왕국의 공주입니다. 아버지인 퍼거스 왕과 어머니인 엘레노어 왕비, 그리고 세명의 남동생 해리스, 후버트, 해미쉬와 함께 화목하게 왕국에 살고 있습니다. 메리다는 아주 어렸을 때 숲에서 자신의 생일파티를 했었고 그날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활을 선물 받았습니다. 어머니는 여자아이에게 무기를 선물하는 것을 싫어했지만, 메리다는 활쏘기, 말타기 등을 좋아하는 천방지축 아이였습니다. 그날 생일파티가 끝나고 왕국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그때 모르두라는 아주 거대한 악마 곰이 메리다의 가족을 습격했습니다. 아버지는 모르두와 싸우다가 그만 한쪽 다리를 잃어 나무 의족을 하게 되었습니다. 몇 년 후 16살이 된 메리다는 여전히 활쏘기와 말타기를 좋아하는 활발하고 밝은 숙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나중에 왕비가 될 메리다에게 늘 공주처럼 완벽하게 보이길 강요했습니다. 모범을 보여야 한다. 의무와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연설을 잘해야 한다. 왕국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한다. 악기 연습을 해야 한다. 깔깔 소리 내며 웃지 말아야 한다. 먹보처럼 먹지 말아야 한다. 인정과 참을성이 많아야 한다.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 등 메리다의 24시간은 어머니의 숨 막히는 감시를 받았습니다. 어머니의 간섭으로 메리다는 숨이 너무 막히고 자유를 잃은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메리다는 종종 공주라는 자신의 운명을 거슬러서 뭐든 다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존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2. 곰으로 변해버린 어머니와 해결책을 찾기 위한 모험
그러던 어느 날 연합왕국의 불안정한 연합을 견고히 하기 위해서, 메리다의 어머니는 주변의 3개 명문 부족의 아들과 메리다를 결혼시키기로 결정합니다. 세 부족들은 메리다를 신부로 삼기 위해서 서로 다양한 경쟁을 통해 대결하기로 했습니다. 자신과 상의하지도 않은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메리다는 너무 당황했고,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는 것에 매우 절망했습니다. 세 부족들에게 거절을 하고, 자신을 그냥 내버려 두어 달라고 간절히 부탁했지만 어머니는 메리다의 의견을 모조리 무시했습니다. 결국 메리다는 세 부족들이 다 모여있는 경연장에서 자신의 운명은 자신의 것이라고 화내고 소리치며 어머니와 다투고 숲 속으로 도망쳐버립니다. 숲으로 도망친 메리다는 그곳에서 파란 도깨비불을 발견해서 따라갔고, 우연히 어떤 마녀의 집을 발견합니다. 메리다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마녀에게 자신과 어머니의 운명을 바꿔달라고 부탁합니다. 마녀는 그 부탁을 받아들여 한 조각의 케이크를 만들어주었고 그것을 메리다의 어머니에게 먹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시 왕국으로 돌아온 메리다는 어머니에게 사과하는 척 연기하며 그 마법의 케이크를 드렸고, 어머니는 의심 없이 그 케이크를 먹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머니가 거대한 곰으로 변해버렸고, 메리다가 준 마법에 걸린 케이크를 먹고 자신이 곰이 된 것을 알게 된 어머니는 메리다에게 매우 화가 나게 됩니다. 아버지의 다리를 잃게 한 것이 곰이기 때문에, 메리다는 아버지의 눈을 잘 피해서 어머니를 어떻게 다시 사람의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점점 곰의 본능에 지배당해 가고, 메리다는 해결책을 찾기 위한 모험을 시작합니다.
3. 모녀의 갈등 속에서 깨닫게 되는 주체적인 자아
메리다와 마법의 숲은 스코틀랜드 신화를 기초로 만든 영화로, 픽사 작품 중 처음으로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인 영화입니다. 픽사 최초의 여성 감독 브랜다 채프먼이 초반에 제작을 했지만, 영화 제작 중간쯤에 어떠한 이유로 마크 앤드루스로 감독이 한번 바뀌었습니다. 한국 관객수는 대략 123만 명이며 1억 8,500만 달러를 투자하여 전 세계 5억 3,0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뒀습니다. 픽사 입장에서는 개봉 당시에 8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예상했지만, 영화는 예상보다는 큰 흥행을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이 작품은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수상했지만 큰 흥행과 수상은 별로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메리다의 머리카락을 섬세하게 표현한 것과 스코틀랜드의 풍경 등을 보면 영화의 그래픽과 작품성은 매우 완성도 높고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초반에는 기존의 공주 캐릭터들의 여성상과는 다른 점이 보였습니다. 메리다는 활동적이고 자신의 자유를 추구하는 모습을 통해서 활을 이용하여 주체적인 자아를 찾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와의 의견 차이로 인한 갈등에서 해결하는 방식이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자신이 능동적으로 운명을 바꾸기를 바랐는데, 마법을 이용해 어머니가 바뀌기를 바란 것이 이기적인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법의 숲으로 도망을 갔을 때 자신에 대한 성찰을 마치고 주체적인 행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그저 자유롭고만 싶어 하는 철없는 캐릭터에 불과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오히려 메리다의 어머니인 엘리노어가 딸 메리다를 위해 자신의 의견을 취하하고, 갈등을 해결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모녀의 갈등 속에서 어머니와 딸이 서로를 아끼고, 긴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만큼은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